[코오롱가족 사회봉사단] 18년 쌓아온 끈끈한 봉사 우정

201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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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가족 사회봉사단] 18년 쌓아온 끈끈한 봉사 우정

구세군 과천 양로원에서 코오롱가족 사회봉사단을 만나다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 지기입니다.


할머니는 가녀린 몸을 고집스럽게 버티며 봉사단원의 손을 뿌리칩니다. 어디서 들어본 적 없는 심한 욕설을 하고, 봉사단원의 몸을 밀치기도 합니다. “할머니, 그만해! 빨리 씻자!” 어린 아이를 달래듯 조심스럽게 몸을 씻겨주는 봉사단원의 모습이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닙니다. 18년 동안 한결같이 찾아온 코오롱가족 사회봉사단원에게 이쯤은 귀여운 애교로 보입니다. 


처음 구세군 과천 양로원을 방문했을 때가 40대였다는 한희주 단장은 어느새 60을 넘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씻겨드린다는 것이 꽤나 힘든 일인데도, 자꾸만 다시 찾게 된다는 그녀. 한희주 단장 뿐만 아니라 다른 봉사단원들 모두 그렇게 매달 이곳을 찾습니다. 나의 부모님을, 나의 노후를 떠올리며 오늘도 힘을 내어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을 말갛게 닦아내는 코오롱가족 사회봉사단을 만났습니다. 





처음 목욕봉사를 시작했을 때는 심한 악취에 헛구역질을 하기도 했습니다. 목욕을 하던 도중 갑자기 대변을 보는 할머니를 보고 너무 놀라 당황한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봉사단원들에게 그런 일은 별 것 아닙니다. 


한희주 단장: 사실 처음에는 너무 힘들더라고요. 아기 기저귀 가는 거와는 차원이 달라요. 냄새가 아주 지독하죠. 치매 어르신들은 심한 말을 거리낌 없이 하시고요. 처음엔 놀라기도 하고, 참기 힘들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익숙합니다. 어르신을 보면서 앞으로 나의 모습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냄새 나고 더럽다고 인상 쓰기 보다는 이제 부모님이다 생각하고 더욱 정성껏 씻겨드려요. 20년 가까이 하다보니 몸도 마음도 단련이 된 모양이에요. 예전처럼 냄새도 지독하지 않게 느껴지더라고요. 





코오롱가족 사회봉사단은 4개의 조로 나누어 매주 어르신들을 찾습니다. 각 단원들은 매월 한번은 꼬박꼬박 양로원을 방문합니다. 그렇게 18년. 가끔은 게을러지고도 싶고, 그만두고 싶은 때도 있었을 텐데, 그녀들을 버티게 한 힘은 무엇일까요?


김미숙 조장: 저희를 ‘천사’라고 부르는 할머니가 계세요. 목욕해드리면 연신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씀하세요. 그런 분들 보면 또 힘이 나요. 어르신들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기뻐지는 것 같아요. 그게 봉사의 매력 아닐까요? 처음에 저는 ‘봉사’를 하는 사람은 다른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다고 생각했어요. 나한테 없는 유전자. 그런데 남편이 코오롱에 입사하면서 우연찮게 시작한 봉사 활동이 계기가 되어 지금 제가 봉사의 기쁨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어쩌면 다들 기회가 없어서 시작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미숙 조장처럼 봉사의 매력에 빠져 멀리 경북 영주에서 매월 아침 첫차를 타고 오는 이도 있는데요. 바로 강제남 단원입니다. 


강제남 단원: 10년 정도 봉사를 하다가 갑자기 집안 사정 때문에 영주에 내려가 살게 됐어요. 그러고 3~4년 봉사활동을 할 수가 없었는데요. 그러는 중에도 늘 마음 한 켠에 구세군 과천 양로원 어르신들과 다른 봉사단원들 생각이 남았어요. 가끔 전화통화도 하며 지냈는데,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다시 봉사를 올 수 있게 되어 너무 기뻐요. 봉사는 마음 문제지, 거리가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이제는 영주에서 올라오는 게 힘들지도 않아요.





몇 해전 양로원 주차장을 들어서다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적이 있습니다. 영구차가 서 있었기 때문인데요. 지난 달까지 같이 이야기 나누고, 손발톱을 깎아드렸던 어르신이 세상을 떠나신 것입니다. 한동안 발을 떼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먹먹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세상과 작별하게 되지만, 매번 보면서도 마음이 아프답니다. 


금원화 단원: 예전에는 저한테 막 떼쓰고 큰소리치던 할머니가 요새 부쩍 기운이 없으시면 마음이 안 좋아요. 목욕을 금세 마칠 수 있어 편하다가도, 힘이 많이 빠진 모습을 보니 울컥하더라고요. 


강제남 단원: 오늘도 어르신 손발톱을 깎아드리는데, 저 보고 여기가 천국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남들은 이곳에 오신 어르신들을 불쌍히 여기는데,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큰 행복을 느끼고,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고 계세요. 봉사를 하면서 저희들도 배우는 게 많습니다.





어르신 들을 만나며 나눔의 기쁨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함께 봉사하는 단원들과의 우정 역시 그녀들이 20년 가까이 봉사를 계속하는 까닭입니다. 몸이 좋지 않아 병원을 자주 다니던 시기에도 봉사는 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내가 빠졌을 때 수고로워질 단원들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지요. 


한희주 단장: ‘밥정(情)이 무서운 거예요. 일가친척도 일 년에 한두 번 보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봉사단원들은 매달 한번씩 꼭 만나서 같이 봉사하고, 밥을 먹잖아요. 그러면서 사는 이야기도 하고, 그러니까 친해질 수밖에 없어요.





구세군 과천 양로원 김순금 관리담당자도 코오롱가족 사회봉사단을 칭찬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르지 않고 오세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목욕시키는 일이 쉽지 않은데 항상 웃는 모습으로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습니다. 손발톱 관리를 하는 일도 먼저 제안을 주셨어요. 목욕봉사 말고도 도움이 되는 일을 직접 찾아 도와주고 계세요. 진짜 자신의 부모님처럼 생각하고, 마음을 다해 봉사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행동이에요. 정이 오래 쌓이니까 이제는 보기만 해도 너무 반갑고 든든한 봉사단이에요.” 


진심 어린 마음은 늘 통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만난 코오롱가족 사회봉사단의 고운 마음이 어르신들의 몸도, 우리들의 마음도 맑게 씻겨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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